한국도로공사 기계설비분야 합격수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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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기를 쓰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도로공사 기계직의 경우 시중에 정보가 적은지라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기 힘들었기에 합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로공사를 목표로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제가 겪었던 상황을 기준으로 수기를 써보려 합니다.

1. 서류전형

도로공사의 토익 커트라인은 700점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점수에 대한 추가점은 없습니다. 이 점수만 넘기고 토익을 졸업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기술직의 경우 토익과 기사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기계설비분야에 응시한다면 기계관련 기사를 1개 이상 가져야만 서류전형을 통과가 가능하며 다른 기술직 분야(토목, 정보통신, 조경 등등...)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 토익점수가 750입니다.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도로공사가 요구하는 조건은 충족합니다. 기사는 일반기계기사, 건설기계기사, 공조냉동기계기사 등 3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구하는 것은 1개이지만 3개를 가진 것이 결국 도움이 되었습니다. 필기시험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지게 됩니다.

2. 필기시험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과 달리 기계직 기출문제를 찾기 힘듭니다. 응시생 수 자체가 적어서 일 것입니다. 일반적인 공사들의 문제는 계산기 없이 풀 수 있는 개론적인 문제들만 나오는 것과 달리 도로공사의 필기시험은 기사시험에 준하거나 더 어려운 난이도로 출제됩니다. 당연히 계산기를 지참하라 합니다. 과목도 약간 다릅니다. 재료역학, 열역학, 유체역학, 기계설계, 공기조화 및 냉동기계 등 5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기계기사가 있으신 분들은 나머지 4과목은 큰 문제없겠지만 공기조화 및 냉동기계는 상당히 생소할 것입니다. 공조냉동기계기사가 있다면 친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따로 비중있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기사자격증이 있으니 3역학은 문제없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대부분이 계산문제이며 단순히 식 하나도 풀리는 수준이 아닌 다소 응용해야하는 복잡한 문제도 여럿입니다. 특히 저는 유체역학이 힘들었습니다. 기계설계는 요소설계부분이 출제되는데 객관식인 이상 어렵게 출제할 수 없다 생각하고 간단하게 공부하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예상과 달리 실기 필답형에 준하는 수준의 문제들이 보였습니다. 힘들다 싶은 문제들은 풀지 않고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공기조화 및 냉동기계의 경우 공조냉동기계기사를 공부해 보신 분들은 냉동기, 공조기 등에 외워야 할 용어, 장비, 설비들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의외로 출제가 잘 안됩니다. 계산문제 및 선도 위주로 공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몰리에르선도와 공기선도는 필수이니 철저히 공부해야 합니다. 어느 한 과목에 치우치지 않고 5과목이 고른 비율로 출제되니 어느 하나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전공분야 5과목 외에도 직무능력평가가 있습니다. 문제수는 전공70문항, 직무능력평가30문항 입니다. 직무능력평가는 언어능력, 수리능력, 공사상식으로 나뉘는데 생각 외로 어렵습니다. 긴 지문을 준 후 그 글의 주제를 고르라는 식입니다. 혹자는 고시시험 1차에서 출제되는 문제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공사상식은 예상 밖의 문제들이 출제되어 맞추기 힘듭니다. 고속도로를 실제로 이용해 본 사람들이나 알만한 지식들이 출제됩니다. 직무능력검사를 열심히 푸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전공 70문항 중 40%를 맞추지 못하면 과락으로 등수와 상관없이 탈락입니다. 전공부터 도전 한 후 직무능력검사를 푸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수능시험을 떠오르게 하는 직무능력검사와 계산위주의 전공문제를 100개나 풀어야 하는데 제한시간은 고작 110분입니다. 마킹시간을 생각하면 1문제에 1분입니다. 모든 문제를 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문제를 보자마자 알면 도전하고 모르면 포기하는 식으로 신속하게 판단,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모자랄 것입니다. 아는 문제임에도 계산이 오래 걸려 1분을 넘기기 일쑤일 것입니다. 저는 전공을 풀고 나니 남은 시간이 고작 10분이었습니다. 아마 직무능력검사는 맞춘 문제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시험을 힘겹게 치룬지라 합격할 가능성이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필기 합격통보를 받았을때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공조냉동기계기사덕에 공기조화 및 냉동기계에서 더 맞춘 것이 도움이 된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3. 면접

필기시험을 합격하여 면접을 오는 인원은 최종합격자의 2배수 입니다. 면접자의 반은 떨어지는 것이니 소홀히 할수 없는 것이 면접입니다. 그러나 필기시험점수와 면접점수를 합하여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을 생각하면 면접의 변별력은 약해집니다. 특출나지 않는 이상 면접에서 큰 점수를 얻기는 힘들며, 필기시험에서 사실상 합격자가 드러난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도로공사의 면접은 블라인드 면접으로 유명합니다. 면접 전에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는 대답은 하지 않도록 주의 받습니다. 이름은 물론 출신학교조차 말해서는 안 됩니다. 전공면접과 역량면접으로 나눠지는데, 다른 장소에서 치루지 않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면접관들이 둘 다 평가합니다.

3~4인 1조가 되어 면접을 실시합니다. 전공면접을 위하여 문제를 뽑도록 합니다. 두개의 문제를 뽑은 후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발표하도록 합니다. 저는 둘 다 유체역학 문제를 뽑았으며 둘 다 아는 문제였습니다. 어려운 계산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론적인 개념 혹은 공식을 알고 있는지를 묻는 수준입니다. 공기조화 및 냉동기계는 생소하니까 공부를 하지 않았다 가정합시다. 그런데 두개 다 거기서 뽑았다면, 그냥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상책이라 봅니다.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는지를 판별하기 보다는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 있게 설명 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역량면접은 최근 이슈가 되는 시사적인 문제 중 하나를 던집니다. 그 외에도 도로공사와 관련된 질문을 몇 가지 하며 1조당 1시간가량 시간이 걸립니다. 주의할 점은 각 질문마다 제한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1분 혹은 2분을 주고 초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해당 시간내에 대답을 할 수 있는지도 평가합니다. 초시계가 울려도 대답을 계속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직장을 다니며 공기업을 준비하신다면 버거울 것입니다. 가장 비중이 큰 필기시험의 경우 다른 일을 병행하며 공부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하여 공부한 경우입니다. 목표가 있다면 기존의 자리를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무직신세라고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스펙이 없다면 그것부터 갖추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아직 토익과 기사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공사 채용전형이 시작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지원조차 못하는 처지가 비관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신경을 끊어야 합니다. 지원자격이 생길 때까지 공채정보는 쳐다보면 안 됩니다.

토익과 기사 둘중 어디가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목표가 어디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라면 토익이 우선입니다.(기사 필수 아님) 한국전력이라면 기사가 우선입니다.(기사에 큰 가점) 최종적으로는 둘 다 있어야 합니다. 공기업 필기시험은 기사공부를 해본 사람이 유리합니다. 여러개가 있으면 더 유리합니다.

기사시험이나 공기업 시험을 준비할 때 중요한 것은 신속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사 필기시험이 붙었는데 실기시험을 다음으로 회차로 미루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최단기간내에 끝내는 것이 현명합니다. 공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은 자신 없으니까 다음해 공채를 노리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지원가능하면 바로 지원하고 1~2개월 사이에 학습량을 늘려 결판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수도학원에 등록하여 도로공사 합격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입니다. 물론 그 전에 기사와 토익을 준비한 상태였습니다.

다소 길어졌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기계전공자의 경우 진로의 폭이 매우 넓고 일자리도 상대적으로 풍족합니다. 노력하면 성과가 나타나리란 확신을 가지고 뜻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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